God's Eye View
영화 '시선'의 포스터

세계 기독 영화인들이 기다려온 환태평양 기독 영화제(Pan Pacific Film Festival)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7월 24일(목)부터 26일(토)까지 다운타운에 위치한 아라티니 재팬 아메리칸 극장(The Aratani Japan American Theatre)에서 개최된다. 21세기 강력한 선교 도구로 꼽히는 영상, 영화를 이용해 복음을 전하기 위해 2008년 시작된 이 영화제는 특히 이슬람권역 등 선교가 쉽지 않은 지역에 미디어가 효과적인 선교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독 영화의 제작 및 보급을 활성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로 6회째인 이번 영화제에는 한국 영화계 리얼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감독으로 평가받는 이장호 감독이 19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시선'을 비롯해 전세계 크리스천 영화인이 출품한 100여 편의 작품 가운데 입상작 32편이 상영된다.

또 영화 마케팅 담당자 폴 로르(Paul Lauer), 시나리오 작가이자 제작자인 브라이언 가다와(Brain Godawa), 제작자 존 쉐퍼드(John Shepherd), 무비가이드 창립자 테드 베이어(Ted Baehr) 등 유명 제작자들이 워크숍 강사로 선다.

이번 영화제를 위해 LA 땅을 밟은 이장호 감독을 만났다. '별들의 고향', '무릎과 무릎 사이', '외인구단', '바람 불어 좋은 날' 등을 발표하며 한국영화계에 굵직한 선을 그은 그가 기독교 필름을 들고 이 영화제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그러나 자신의 영화와 신앙, 19년간 영화를 만들 수 없던 현실, 26년간의 내리막길을 설명하는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그의 변화가 '의외'이기보다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 오래전부터 예정돼있던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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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기독일보) 이장호 감독

시선은 어떤 영화인가?

19년 만에 영화를 만들었다. 이전에 영화를 만들 때와는 다른 시각으로 만들었다. 그전에는 영화를 만든 이유가 돈을 벌고 인기를 얻고 부질없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관객을 볼모로 잡았다고 할까, 관객을 돈으로만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다 긴 슬럼프가 왔다. 그 슬럼프가 처음에는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어느 지점에 와서 '이것은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는 슬럼프구나. 광야 훈련을 받고 있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때부터 하나님이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충실히 귀를 기울였다. 결국 그동안 만든 영화는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영화라는 것을 깨달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영화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시선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사람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님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 것인가 생각했다.

주기철 목사님 손자분인 주승중 목사가 설교에서 일본의 가톨릭 작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예화로 들려주셨다. 그 내용에 감동을 받아 소설을 읽으며 하나님의 시선과 인간 시선의 차이를 느꼈다.

소설의 내용은 일본 천주교 선교 초창기에 일본에 밀입국한 로드리고라는 포르투갈 신부가 천주교를 전파하던 중 악덕 영주에게 붙잡히면서 배교를 강요당한다. 이 신부를 통해 신앙을 받아들인 일본 크리스천들은 거꾸로 바닷가에 매단다. 밀물이 들어오면 머리가 잠겨 익사하게 된다. 일본 관리가 신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그려진 성화를 밟으면 살려준다고 회유하며 배교를 유도하나 성화가 그려진 동판 밟는 대신 죽음을 택한다. 그것을 지켜본 로드리고의 신부에게도 절체절명의 순간,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는 하나님의 응답을 찾기 위해 계속 기도나 하나님은 계속 침묵하신다. 로드리고 신부는 침묵 속에서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는 '나를 밟아야 한다. 너희들을 위해 밟히러 왔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게 된다. 그는 통곡하면서 그 성화를 밟는다.

이 사건은 다른 동료신부를 통해 로마 교황청에 전달되고, 로마교황청은 그를 파문시킨다. 파문당한 신부는 신부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포르투갈로 돌아가지 않고 일본에 남아 일본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계속 천주교를 확산시켜 나간다. 인간의 시선은 교황청까지가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이후 신부의 삶은 하나님의 시선 속에 있다. 이것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고 역사극으로 만들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에 샘물교회에서 여름선교를 갔다가 이슬람 반군에게 피랍됐던 상황을 빌려왔다.

신앙은 언제부터 했나?

1980년에 "바람 불어 좋은 날"이란 영화를 완성하고 명보극장에 올렸는데, 영화가 순조롭게 만들어지진 않았다. 별들의 고향(1974)이 크게 히트를 친 후 마약사건이 터져 4년 동안 정부로부터 활동 정지 명령을 받았다.

박정희 시해사건이 이후 다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첫 작품이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명보극장 주인이 아주 유명했던 신영균이란 영화배우였는데 그가 크리스천 장로다.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신우회 성경공부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받았은데 거절 할 수 없었다. 당시 그 성경공부를 인도하시던 분이 하용조 목사님이었다. 그분 설교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아 여러 사람 앞에서 지갑에 들어있던 부적을 꺼내 불태웠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의 흥행을 위한 부적이었는데, 부적을 불태우면 흥행이 안돼야 하는데 잘돼 부적이 가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목사님이 영화를 본 후 만나자고 하더니 좋은 영화를 계속 만들어 달라며 '좋은 영화의 역할은 목회자의 역할을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인상 깊게 들려 그 목사님 교회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가난한 달동네, 의자도 없이 바닥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곳에서 처음 신앙을 시작했다.

엔도 슈사쿠가 일본 천주교 초기 박해 상황을 통해 묘사했듯 하나님께서 인간의 고통에 침묵하시는 상황을 겪게 된다. 이 침묵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기도를 하는 사람들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나는 하나님의 침묵은 이미 응답을 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가령, 이번 영화는 한국에서 부활절 전 고난주간 수요일에 개봉했다. 그때 개봉을 위해 극장에 가려는데 텔레비전 화면에 배가 뒤집어져 침몰하는 장면이 비춰졌다. 세월호였다. 처음에는 작은 배가 가라앉은 줄 알았는데 큰 사건이었다. 10명이 사망, 286명이 실종상태라고 했다. 영화 개봉보다 더 시급한 일이었다. 고난주간이어서 한국 교회들은 특별 새벽기도를 했다. 실종자 모두 살아서 부모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였다.

기도제목과 달리, 당시 모두 다 느꼈듯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다들 '왜 비극의 순간에 침묵하고 계시나'라고 물었다. 내 영화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관객이 올 수 없었다. 점차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특히 크리스천에게 책임이 있다. 하나님은 이미 대답하셨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못 박으셨던, 십자가에서 죽이신 하나님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하기를 바라신다. 하나님이 쉽게 응답하시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침묵을 통해 깊게 생각하게 만드시기도 한다.

저는 19년 전에는 마지막으로 만든 영화 첫 장면에 무너진 성수대교를 담았다. 붕괴된 다리가 강물에 처박힌 채로 1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 그 옆에 한강 고수부지에 파란 풀밭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얗게 분장한 사람이 나와 빨간 텐트를 친다. 천사가 고수부지에서 무너진 다리를 배경으로 텐트를 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당시 모든 영화는 금요일에 개봉했다. 그 전날 영화 홍보를 위해 방송국에 가려고 나서는데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흥분한 목소리로 사고를 알렸다. 삼풍백화점 사건이었다. 19년 전에도 그 사건 때문에 관객이 없었다. 저에겐 이것이 큰 수수께끼다. 이 수수께끼가 뭘까? 이를 통해 하나님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뭔지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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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의 한 장면

캄보디아에서 촬영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오랫동안 영화를 못 만들었다. 과거 영화촬영 현장과 비교하면 지금은 천국 같다. 굉장히 악조건이었다. 45도 더위 속에서 촬영을 강행했다. 밀림 속 독충에 물리기도 하고 비위생적인 환경도 견뎌야했다. 그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는데, 그 악조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이 바이러스성 패혈증으로 타계한 배우 박용식씨(작년 8월 타계)다. 전 스텝들이 풍토병에 걸릴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이 대표로 희생한 것이라 생각한다. 기독교 영화를 위해 순교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영화를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영화를 계획할 때 크리스천 스탭과 연기자와 함께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기도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되진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크리스천들끼 만들었다면 과도한 종교적 신념에 빠질 수 있었는데 비크리스천 연기자, 스탭들이 함께 참여해 그들이 필터역할을 해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크리스천 메시지를 남용할 수 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 관해 비크리스천 연기자, 스탭들의 조언해 줘서 오히려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람들도 괴리감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비크리스천인 강우석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 역시 부산시사회에 와서 좋은 반응을 보였고 강우석 감독은 비크리스천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화가 될 수 있다며 스스로 배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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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한 장면

비크리스천의 조언에 따른 어떤 내용이나 장면상의 변화가 있었나?

사기꾼 선교사가 등장한다. 한국에서 선교팀이 오면 가이드역할과 통역을 해주며 돈을 받아챙기는 사람이다. 이 영화를 본 보수적인 크리스천 중 왜 죄 많은 이들만 모아놨냐며 거북해 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전 크리스천 영화 가운데는 크리스천을 거룩하고 선한 모습으로만 묘사하고,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은 사악한 모습으로만 그려 비신자들에게 거부감을 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선교영화라 하면,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다. 나는 크리스천들이야 말로 진짜 죄인이라고 생각한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죄인들만 만나셨다.

그 사기꾼 선교사가 회심하게 되는 장면을 어떻게 묘사할지 고민했다. 성령을 받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줄까도 생각했는데 비크리스천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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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의 한 장면

리얼리즘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시선에도 그런 경향이 반영됐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찍기 전, 76년에 마약사범 사건이 터져 활동을 못했다. 그때 영화를 못 만드니 다른 사람들이 만든 영화를 보면서 제가 만들었을 때 전혀 느끼지 못한 부분을 보게 됐다. '감독이 현실을 그리지 못하고 있구나. 거짓된 현실만 그리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제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1960년에 쿠데타 정권이 들어섰다. 굉장히 가난한 나라였다. 얼마나 가난했냐면 북한 보다 가난했다. 한국의 현실을 그린 영화를 만들면 북한에서 남한의 비참한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로 사용되니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못했다. 영화인들이 어느 틈에 현실을 그리는 책임을 잃어버렸는지 거짓된 현실을 그리는 것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 그후 현실을 그리는 영화를 그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영화 촬영을 할 수 없던 4년의 기간이 '별들의 고향'보다 더 큰 럭키 찬스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지 못한 19년 동안 창작욕을 발산하지 못하는 괴로움도 컸을 거 같다.

인기 있는 원작으로 영화를 제작하려 했는데 무산됐다. 지금 생각하니 함부로 영화를 못 만들게 한 하나님의 계획인 거 같다. 침체기 전에 3작품 '무릎과 무릎 사이'(1984), 어우동(1985), 외인구단(1986)이 무섭게 히트를 쳤다. 한국 영화에서는 내가 가장 행운아 같이 생각됐다. 내놓기만 하면 저절로 돈이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경리 사원이 죽었다. 그 이후 8작품을 줄줄이 실패하며 집이 경매에 들어가고 슬럼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렇게 인기 있었고 돈을 쉽게 벌어들였는데 차차 그것들을 빼앗기고 사람도 빼앗기고 다 빼앗겼다. 그 다음에는 소외당하는 게 힘들었다. 정상에는 다른 사람이 다 들어와 있고, 나는 그들 뒤에 들러리 역할만 하고 있었다. 들러리 역할도 점점 사라져 갔다.

성공을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비극은 자기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뭘 해도 안돼'라는 생각이 자리하게 되고 자신감도 없어졌다. 엄청나게 무섭고 괴로웠다. '별들의 고향(1974)이 성공한 이후 한 번도 가슴 아픈 일이 없었고 대마초도 성공의 기회가 됐는데 계속 내리막길을 가니 내 스스로도 괴롭지만 자식들 앞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괴로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비춰지는 게 괴로웠다. 친구들이 욥에게 충고했을 때 분위기를 잘 알 것 같다.

그러다 가장 마지막에 '정말 무능하구나'를 깨달았다. 여태까지 겸손한 척 한 것은 예의, 처세였는데 밑바닥에서 보니 겸손은 나의 실체였다. 실존이 겸손이었다. 그때부터 하나님 계획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경에서 이스라엘이 광야 훈련을 왜 겪어야 했는지 알게 됐다. 성경 말씀이 자기화되어 삶으로 체험됐다. '하나님이 나를 교육시키고 있구나'라고 여기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어느 날 로마서를 읽다가 '육체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롬8:6)이라는 구절을 읽으며 '내 영화가 잘못된 것이구나, 내 인기를 얻기 위해서 관객에게 사망을 권하는 영화를 찍었구나. 거기서 벗어나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부터 고통이 축복이 됐다. 신기하게도 하나님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서원하니 영화 제작이 이루어졌다. 이 전에 찍은 19편의 영화가 시선 한 편의 영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사실 마지막으로 영화를 찍은 게 19년 전이고, 27년이 내리막길이었다.

한국의 기독교 영화는 어떤 상황인가?

전반적으로 안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 사람들은 영화에 들어간 자본을 거둬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익이 없애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다. 돈 들여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득은 없어도 돈은 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장호 감독과 ppff
(Photo : 기독일보) 환태평양영화제(PPFF)의 공동설립자이자 '글로벌 미디어& IT의 대표인 켄 안 선교사가 이장호 감독을 PPFF 팀원들에게 소개했다.

기독교 영화 활성화를 위한 어떤 대안이 있나?

왜 27년 동안 영화를 못 만들게 하시고, 왜 슬럼프에 빠지게 하셨을까. 19년 간 하나님이 영화를 못 만들게 하시면서 깨닫게 하셨다. '시선'이란 영화를 만들려 하는데 돈도 한 푼 없는데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시나리오 심사를 거쳐 제작비 전액을 지원해 줬다. 작은 예산이지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제도권 안에서는 여러 투자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지만, 제도권 밖에서는 투자자가 하나님이다.

크리스천 영화에 뜻을 둔 후배 양성을 위해 일하고 있나?

씨를 뿌린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계에서 생각이 깊거나 뜻이 있는 감독들은 상당히 모욕적인 투자 환경에 처해있다. 대기업이 손을 대면, 감독의 생각과 철저히 돈의 논리로 영화에 접근하는 투자자들과 생각이 안 맞는다. 그럼 돈의 논리를 따라오라고 강요한다. 이에 저항하는 감독들의 상황은 굉장히 비극적이다. 그런 감독들에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좁고, 쉬운 길이 아니다. 나는 씨만 뿌려 놓는 것이다. 후배들이 열매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

서서평 선교사(Elisabeth J. Shepping. 1880~1934,제중병원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고 조선의 고아 14명을 입양해 돌본 독일계 선교사)와 최흥종 목사(광주 YMCA 창립자이자 1939년 11월에 소록도 한셍인을 위한 갱생원을 세움)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구상 중이라고 들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광주에 계신 분들이 알려주시고, 영화제작을 부탁하셨다. 직접 펀드를 만들고, 제작 추진회도 설립했다. '하나님이 계속 기독교 영화를 만들게 하시는 구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영화를 만들 생각을 갖고 있었다. 친구 최인호(1945~2013, 소설가, '별들의 고향'의 원작자)가 죽은 후 '눈물'이라는 유고집이 나왔는데 그 책을 읽으며 너무 큰 감동을 받아 '눈물'에 해답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구상하던 중이었다.

환태평양 영화제에 기대하는 바는?

서서평 삶을 다룬 영화에 출연할 여배우가 필요하다. 생각지도 않게 하나님이 불러 주셔서 참석하게 됐다. 하나님은 우리는 상상도 못했던 계획을 통해 일하신다. 이 영화제를 통해 서서평 여배우를 찾을 수 있는 문을 열어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늘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산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 자아나 본능이 하나님을 앞서지 않게 해 달라 기도한다. 영화가 우상이 되면 안 된다. 하나님이 앞서기를 바라면서 하나님이 앞에 계신지를 알기 위해 늘 성령의 음성을 듣기 위해 간구한다. 성령의 음성은 나를 바르게 인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선을 본 사람들이 '해외 단기 선교를 간 사람들을 왜 이렇게 죄 많은 사람으로 그렸는가'라고 묻기도 한다. 내 죄를 확대시킨 것이다. 크리스천이고 장로인 내 죄를 확대해 놓은 것이다. 거룩함과는 거리가 먼 현실적 인물 설정이 비기독교인 관객들도 영화에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시선(God's Eye View)'은 PPFF 마지막 날인 26(토)요일 6시 30분부터 8시 30분에 상영되며, 감독과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된다. 위치는 아라타니 재팬아메리칸 시어터(244 S. San Pedro ST. LA, CA 90012)다. 웹사이트: WWW.IPPFF.COM 문의 : 310-386-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