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는 2013년 새해를 맞아 한 해의 방향을 뉴욕교계 지도자들로부터 들어보는 인터뷰를 릴레이로 진행한다. 두 번째 순서로 신광교회 한재홍 목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뉴욕교협 증경회장인 한재홍 목사는 2013년 뉴욕교계는 교회와 목회자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고, 자질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교계의 화합과 관련해서도 자기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목회자들이 될 때 진정한 의미의 화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주

-이민 초기부터 뉴욕에서 목회를 시작해, 오랜기간 뉴욕교계를 지도해왔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2013년 뉴욕의 목회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목회자의 자질 향상을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했으면 한다. 뉴욕의 교계에 있었던 지난 일들이나 앞으로의 미래를 볼 때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자신의 소명을 분명히 붙잡고 가기를 바라고 있다. 열정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고, 소명은 하나님께 주어지는 것인데, 이 열정과 소명이 잘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열정만 갖고 이 소명없이 사역의 자리에 뛰어들다가 그르치는 결과를 내는 것을 보게 된다. 일련에 일어나는 교계의 사건들이라는 것을 볼 때 이런 경우가 많았다.

하나님과의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교회가 크고 작고가 문제되지 않는다. 단지 자기 자신의 온전한 신앙만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온전함에 문제가 생길 때 큰 교회에 대한 위축된 마음, 혹은 시기하는 마음, 그런 잘못된 감정들이 생기는 것이다. 그 반대급부를 교계의 자리로 대체하려는 생각, 그런 비상식적인 생각들이 최근 교계에 문제를 가져다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제가 주문하고자 하는 것은 목사가 목사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교회는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정말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바르면, 진실한 신앙고백 이런 것이 있으면 기독교인의 맛을 풍기고 살 수밖에 없다. ‘세상에 소금의 되라’ ‘빛이 되라’ 이런 것은 강제조항이 아니다. 하나님을 바라고 살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금년에 정말 한인교회나 목회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님께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대사회적인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뉴욕에 있는 많은 목회자들도 뉴욕의 이민교회들이 동포사회에 대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뉴욕교계의 위상이 하락한 원인이 있는가.

교계의 위상이 급격하게 떨어진 이유는 먼저 말한 것과도 연관되는 부분인데 사회에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목회자가 돼야 하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목회자라고 할 때 일반 사람들이 평가절하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민 초기에는 우리가 교협회장, 목사회장이라고 하면 한인사회의 큰 행사에는 대표로 꼭 기도하러 참석했고 그 행사는 그렇게 기도로 시작했다. 총영사관에서도 성탄이전이면 교계 목회자들을 초청해서 한해동안 교계를 잘 인도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면서 기도를 요청해 왔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모습들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것이 없어졌다는 것은 교계 위상이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는 있다.

-이민초기와 지금과 비교했을 때 환경이 변한 탓은 아닌가. 기독교인 비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지금이나 이민초기나 기독교인은 인구에 비례해서 1/3 가량이다. 옛날이라고 해서 절대다수가 교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퍼센티지를 볼 때 그 때도 불교나 천주교는 얼마 되지 않았고 기독교가 메이져 종교로서 자리매김을 했었다. 때문에 같은 메이저의 덩치를 갖고 있지만 동포사회로부터 존경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은 한인교회들, 특히 목회자들이 먼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또 앞에서 한 이야기와 연결이 되지만 목회자들의 신학배경이 너무 다양한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과거 교협에 신학윤리위원회가 있어서 신학교들을 한번 정리하려고 할 때도 있었는데, 정말 신학교부터 정리가 돼야 한다고 본다. 교단이 필요해서 신학교를 세우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학교를 열어놓고 잘 가르치지 않고, 교육을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 존재의 이유가 없다. 뉴욕에 흩어져 있는 신학교들이 정말 많은데 그곳에서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다면 목회자의 자질 문제와 함께 이민교회의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광교회가 건축을 마치고 나니 신학교를 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러나 저는 그 때 미국에서 목회를 하려면 미국신학교를 다니라고 권해주고 신학교를 하지 않았다. 신학교를 세웠다면 제대로 교육하기 바란다. 그리고 요즘 목회자들이 부족한 영성훈련도 강하게 시켜야 한다.

-전도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는데 실제적으로 과거와 같은 전도방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뉴욕교계를 지켜보면서 지금의 한인교회들이 불신자들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해 달라.

확실히 전도하는 방법이나 관계하는 방향도 바뀌는 것 같다. 예전에는 대중적인 집회를 통해 모였는데 요즘은 그 대중집회가 잘 안 된다. 지금은 대중집회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할렐루야대회 하나 밖에 없다. 물론 할렐루야대회는 교인들이 모이는 축제의 행사고 전도를 위해서만 개최하는 집회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온 교회가 모이는 집회도 필요하고, 또 사회에 우리 기독교인의 저력을 한번쯤 보여줄 필요는 있다. 어쨌든 선교의 패러다임이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열린 예배 등 프로그램을 바꾼다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린예배도 가스펠적인 요소를 조금 첨가해서 ‘열렸다’고 말하는데 예배는 열리거나 닫힌 것이 없다. 모두 열려 있는 예배다. 예배의 회복이 중요하고, 성경대로 말씀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 미국교회도 트렌드가 설교를 1시간씩 하는 것이라고 한다. 평소 성경공부를 한다고 해도 다 참여하기 힘든데 제일 많이 모이는 예배를 통해 설교말씀을 통해 바른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 예배를 철저히 지키고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예배와 교육을 하면서 성도들이 신앙의 맥을 바르게 찾아가도록 인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가 은퇴를 이제 하는데 사실 목표하는 바가 있었는데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뉴저지 중서부 쪽에 프린스톤, 트루, 웨스터민스터 신학대학이 모이는 그 중간지점에 기도원을 만드려고 했었다. 신학생들을 데려다가 무료로 영성훈련과 기도훈련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목회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기도로부터 시작돼야 하기 때문에 그 문제가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도원을 세우고 싶었는데 그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열정만 있고 소명이 없는 경우들이 있다. 자기 만족을 위해 열심을 냈는데 인정을 못 받고 대우가 안되면 시험에 빠지는 것을 본다. 소명 없이 할 때 소진될 수밖에 없다. 저는 목회자가 번 아웃 됐다고 쉬어야 한다고 말하는데에는 반대하는 사람이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와서야 어쩌다 여가를 즐기고는 있는데 제가 목회를 할 때는 월요일도 쉬지 않고 일했었다. 그 전 사모와 함께 어디 다녀본 적이 없다. 하나님 앞에서 일하고 있는데 왜 번 아웃이 되느냐는 생각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일하는 것인데 너무 강박관념 속에 사로 잡히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붙들고 은혜 가운데 목회자들이 사역하기를 바란다.

-뉴욕교협 증경회장으로 교협의 활동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큰 교회들이 작은 교회들을 감싸는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 교협을 위주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보통 큰 교회들은 협력을 자체적인 재정적, 인적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 꼭 교협과 같이 가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집회를 청소년센터 주관으로 연 것 처럼 그런 일에는 호응을 해주고 경제적으로 협력해주면 좋겠다. 교회가 자체적으로 사역한다면서 발뺌해서는 안 될 것이다. 큰 교회일수록 경제적인 도움도, 또 아이들도 많이 보내주고 그렇게 같이 가는 모습들이 보여져야 한다. 그럴 때 교계 위상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교협 제39회기가 화합 가운데 출발했다. 최근 몇 년간 지나오면서 교협을 중심으로 한 목회자들간의 완전한 화합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었다. 뉴욕교협을 중심으로 뉴욕교계가 더욱 화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지나치게 열심을 냈다는 표현을 하고 싶은데, 너무 열심을 낸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이 폴다운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바르게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참석을 해야 한다. 참여는 하지 않고 바르게 왜 안가느냐고 비판만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내세우는 사람도 반대가 없는 바르게 된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 열심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방조자가 돼서는 안 된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려는 것이나 이해를 하지 않으려는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지난 37회 정기총회가 신광교회에서 열렸었는데 그 때 발언을 못하도록 마이크를 껐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은 마이크 on-off 스위치를 사용자가 안 켜고 말했기 때문인데 오해를 한 것이다. 불필요한 비판을 들어야 했지만 이런 일로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고 그동안 말하지 않고 있었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보니 이런 오해가 비롯되는 것이다. 정말 나의 사명을 갖고 목회를 한다면 오해할 필요가 없다. 그 가운데 진행되는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면 오해할 것도 없고 시기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화합을 위해 말하자면, 과거는 언제나 ‘묻지 마세요’가 돼야 한다. 과거를 논하다보면 끝이 없는 법이다. 가정도 부부간에 사소한 문제가 과거의 일로 끌고 가면 화해가 절대 안 된다.

-뉴욕교협이 타주에서도 좋은 증거들을 받아왔는데, 최근의 어려움을 딛고 모범적인 연합기관으로 계속해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뉴욕교협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데 목회자들이 그동안 성실하게 협력했다는 것이다. 목회가가 협력했다는 것은 교회가 협력했다는 것이다. 불상사도 있었지만 그래도 목회자들이 서로 극단의 대립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교협이 분열된 지역들도 있는데 뉴욕교협을 돌아보면 목회자들이 그 나름대로 하나님 앞에서의 믿음과 신의가 통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안통하면 같은 교파끼리도 싸우고 노회도 서로 나눠지게 되는 것을 본다. 그런데도 초교파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함께 발걸음을 해 온 거은 목회자들이 상당한 수준에서 움직여줬다고 보는 부분이다. 그리고 교인들도 그만큼 수준이 높았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그렇게 협조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보고 있다.

-그동안 오랫동안 뉴욕교계를 위해 수고해 온 것으로 안다. 30년간 목회했던 신광교회도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은퇴를 앞둔 소감이나 은퇴 이후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말해달라.

은퇴라고 하는 것은 담임목사를 벗어놓는 것뿐이지 하나님의 사역을 모두 내려놓는다는 것은 아니다. 은퇴 후에도 하나님이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서 일하고, 또 쉬라고 하면 쉬겠다. 저는 은퇴에 큰 뜻을 두지는 않고 있다. 은퇴 이후에 계획도 잘 세우지 않는다. 그 날 그 날 충실히 사는 것이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지 장기계획 5년 10년을 세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떤 목사님 말씀처럼 장기계획이 부질없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현재 담임목사로 일하고 있으면서 벌써 다른 계획을 세우면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은퇴하면서 자기 발 뻗을 자리를 미리 보고 있고 싶지는 않다. 은퇴란 담임이란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지 목사라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